김홍열교수의 유아이야기 '자립한다는 것의 본질적 의미'

조아라 | saku0329@naver.com | 입력 2015-09-09 09:4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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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회대학교 김홍열 교수

 

 

다해야,  

 

 

 

지난 번 편지를 받고 질문했지. 자립이 구체적으로 뭐냐고. 자립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고. 아이를 자립심있게 키운다는 것의 의미가 뭐냐고. 그래, 좋은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한 내 생각은 분명해. 여러 말 할 것 없이 단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어. 자립의 본질은 경제적 자립이라고. 쉬운 말로 하면 스스로 먹고 살수 있는 능력이야. 무척 단순해 보이는 이 말이 중요한 이유는 경제적 자립 안에 모든 것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지. 육체적 자립, 정신적 자립, 사회적 자립의 최종 목적은 결국 경제적 자립으로 귀결돼.

 

 

인간은 최종적으로 경제적으로 자립이 가능할 때 성인이 되었다고 볼 수 있어. 생각이 어른스러워도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하는 사람을 자립했다고 볼 수는 없어. 물론 요즘 심각한 취업난 때문에 젊은이들이 어쩔 수 없이 부모와 동거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운 일이지만 사회적., 구조적 문제와 분리하여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경제적으로 자립한다는 것은 단순히 자기가 벌어서 스스로 먹고 산다는 차원을 벗어나. 이제 더 이상 부모 신세 안져서 좋네, 하는 차원이 아니야. 경제적으로 자립한다는 것은 자신의 몸과 마음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는 의미야. 여러 학설에도 불구하고 생명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생명의 영속성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야. 이 노력이 중단되는 순간 생명체는 소멸하게 되어 있어. 소멸되지 않고 영속하기 위해 건강한 상태를 계속 유지하고 기회가 생기면 자신의 후손을 통해 생명을 연장시키는 거야. 이런 과정을 위해서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거지. 이런 능력의 사회적 표현이 경제적 자립이야.

 

 

 

다해야,

 

 

오래 전에 내가 독일 함부르크에서 몇 년 살았다는 거 알지. 당시 느꼈던 문화 충격 가운데 아직도 기억나는 것은 경제적 자립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우리와 엄청 다르다는 사실이었어. 독일에서는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대부분 경제적으로 자립을 해요. 물론 사회 시스템이 많이 다르다는 사실은 인정해. 대학 등록금이 없고 의료보험도 잘되어 있고 젊은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의식도 호의적이고 등등 참 좋은 게 많아. 우리도 그리 되었으면 좋겠어. 아무튼 이른 나이부터 자립을 하니까 그 때부터 부모의 영향에서 벗어나 혼자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리와 의무가 생기는 거지. 부모는 당연히 잔소리 할 명분도 이유도 없고 그저 자신과 같은 동등한 인격체로 대하는 거야. 우리가 흔히 쓰는 말로 “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 하는 신파조의 넋두리가 있을 수 없어. 막장 드라마에 많이 나오는 끈적한 가족 관계는 인간 사회의 보편적인 현상이 아니고 아직도 한국 사회에 남아 있는 봉건적 유습이야.

독일에서는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10대 후반부터 독립을 하니까 그 전부터 독립을 준비하게 돼. 당연히 돈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인식하게 되지. 돈을 버는 방법도 배우게 되고 돈을 아껴 쓰는 방법, 저축하는 습관 등을 몸에 익히게 돼. 자연스럽게 검소한 생활을 하게 되고 자신의 미래를 위해 실질적인 준비를 하게 돼. 이런 식으로 자립하게 되면 나중 자기 자식들에게도 일찍부터 자립하는 습관을 길러줄 수 있지. 부모의 입장에서도 당연히 좋은 거야. 늙어서까지 자식들 ‘봉양’하느라고 고생하는 부모들 생각하면 독일 사회가 더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어요. 대학교 등록금은 기본이고 용돈에 기숙사비까지, 결혼하면 아파트 전세비라도 해 줘야 하는 우리 현실을 생각하면 참 답답하거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아이를 자립심있게 키운다는 것의 의미가 뭐냐고 물어봤지. 스무살이 되면 떠나 보내는 거야. 뒤도 돌아보지 말고 보내야 해. 그게 너를 위해서도 슬아를 위해서도 좋은 거야. 나의 이런 권면이 아직은 낯설지 모르겠지만 슬아 세대에는 이런 자립이 일상화되어야 해. 또 일상화되도록 사회가 준비해야 되고. 우리는 아직도 서로가 서로에게 너무 많은 부담을 주고 있어. 나이 들어서도 부모 곁을 떠나지 못하는 자식들, 그 자식이 가여워서 몸과 마음이 늘 불안한 부모들. 이런 답답함이 사회적 공기를 무겁게 만들고 있기 때문에 아직도 우리들은 집단적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개인보다는 가족, 가족보다는 가문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거야. 물론 이 전보다 더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어. 아직도 주변에는 자신의 생각, 특히 정치적 성향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사람이 드물어. 분단 등 정치, 역사적 상황도 관련이 있겠지만 이른 나이에 독립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기 힘든 거야.

 

아이를 자립심있게 키우기 위해 네 결단이 중요해. 지혜롭게 판단해야 해. 항상 스스로 결정하게하고 그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해야 돼. 너는 충실한 안내자가 되면 돼. 현재 중요시되는 모든 것들이 슬아 세대가 되면 대부분 바뀔거야. 슬아가 미래를 살도록 도와줘. 자립하도록 ..

 

 

더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 있으면 알려주고.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한국유아신문 조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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